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For once she was a true love of mine
스카보로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백리향)
그곳에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그녀는 나의 진실한 사랑이었어요.
제가 청소년 시절 '졸업'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더스틴 호프먼, 캐서린 로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였는데요.
내용은 유부녀와 대학생의 불륜을 다룬 것으로 당시 한국 사회
통념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지요.
아무튼 '청소년 입장불가'라 쓰여진 극장 앞을 맴돌다 '기도'
(극장 입구에서 검표하던 덩치 크고 무섭게 생긴 사내) 아저씨
구워 삶아 극장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간 우리는 '아이스케키' 하나씩 입에 물고 잘 생긴
더스틴 호프먼이 빨리 나타나길 기다렸지요. 포구에서 가장
예쁜 여자 애들이 다니던 제일여고 학생들은 치렁한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하얀 교복 카라 아래 봉긋한 젖가슴 감추고 있었
는데, 공부 보다 영화와 음악에 빠져 있던 나 같은 애들이 기를
쓰고 소녀들을 쫓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영화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곡이었는데요.
팝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의 선율이 너무 감미로웠습니다.
Scarborough Fair ~
Sound of Silence ~
이렇게 두 곡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백발 성성한 노인 된다 해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퇴근하면 주로
이 노랠 듣습니다. 음악에 몸 맡기면 숲의 요정이 살포시 내려와
상처 받은 영혼을 감싸고 어루만져 치유의 길로 인도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며칠 전 허브 농원에 다녀왔습니다.
노래 '스카보로 시장'에서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는 물론 라벤더, 레몬밤 등 종류가 다양하더군요.
여자들은 집안에서 독하지만 꽃을 보면 끔벅 죽는 척 하죠.
은은한 허브 차 한 모금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던 그미가 몇 개 고르더니
계산대로 절 끌고 가네요.
눈치빠른 가게 주인이 노랠 들려줍니다.
Tell him to make me a cambric shirt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Without no seams nor needle work
Then he'll be a true love of mine~~
하루 종일 허브 향에 취했습니다.
이제 아랫녘 5일장에서 물건 파느라 정신없을 '제일여고생'에게 안부
전하는 일 만 남았군요. 그녀는 나의 진실한 사랑이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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