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달빛 아래 파도 2012. 4. 23. 19:27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그녀는 눈처럼 흰 귀여운 발로 버들공원을 지나갔습니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어 곧이 듣지 않았습니다.

들녘 강가에서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고,
내 기운 어깨 위에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얹었습니다.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던 탓, 지금은 눈물이 넘칩니다.

 

아일랜드 서정시인 예이츠가 쓴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라는

시인데요. 우리로 치면 정지용의 '향수' 처럼 토속적 냄새 물씬

풍긴 작품입니다.

 

이제 4월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군요.

빠르게 스쳐가는 계절의 순환에 속절없이 떠밀리는 나뭇잎처럼

흐르고 흘러 저 피안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이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바닷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련한 수평선 울타리처럼 펼쳐진 망망대해 바라보며 꿈 먹고

자랐지요. 아침이면 동쪽 바다에 둥근 해 솟아나고 저녁엔 석양에

붉은 해 떨어지는데, 서편 하늘 수놓은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그렁한

눈빛으로 산등성에서 내려오질 못했습니다. 제가 부족하지만 조금

끄적이는데요. 어린시절 겪었던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이 저를 그렇게

이끌었나 봅니다.

 

저 아니라도 그토록 빼어난 풍광에서 자랐다면 누구나 시인, 작가

꿈꾸게 되지 않았을까요. 하얀 거품 물고 온 파도가 검은 바위에 안기며

산산히 부서지는 그런 분위기에서 글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골짜기의 백합>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발자그 역시 고향

마을 환경 때문에 글 쓰게 되었다는 고백을 하며, 알퐁스 도데는 알자스

로렌이란 국경 마을의 체험을 바탕으로 <별>과 <마지막 수업>이라는

문학사에 빛나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저 또한 섬마을에서 살던 그때부터 자연주의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맑은 공기, 따사로운 햇볕, 일렁이는 바다...

나는 갈매기와 벗하고, 은빛 모래밭에서 동무들과 멱 감으며 놀았습니다.

학교 파하고 집에 오면 책가방 던져 버리고 바다로 산으로 싸돌아 다니며

마냥 놀기만 했어요. 아직 장래를 걱정할 나이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길 18년...

내 유년의 낙원에서 18년 살다 동백꽃 떨어지는 어느 봄날 섬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서울 생활 30년이 넘었네요. 슬슬 은퇴 시기 다가 오고...

한 가지 결심 했는데요. 몇 년 후 그곳에 다시 가려 합니다.

별빛 쏟아지는 남국의 하늘 아래서 물새 소리 들으며 글 쓰고 음악 듣고

뒷산에 올라 고사리, 취나물 뜯고... 막걸리 한 주발에 흥이 돋아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목청껏 부르고... 그렇게 무욕무념하며

자유인의 자격으로 살고 싶습니다.

 

귀향 하게된 동기가 수구초심은 아니고요... 귀거래는 더욱 아니고요.

그냥 늙은 어부되어 물고기 잡으러 떠난다는 마음입니다. 제가 머물

섬마을에는 감성돔과 우럭, 볼락, 농어가 득실 거리거든요.

 

참! 횟감으로 많이 쓰이는 우럭의 정식 명칭이 뭔지 아세요? 조피볼락...

어류도감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금척어라

썼는데요. 현지 주민들은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는군요. 금처구라고.

 

저 갈 곳이 어디냐고요?

다음에~

당신의 진심을 확인한 뒤.

믿음이 생길 때, 살며시 알려드릴게요. 동행할 당신에게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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