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마식도

달빛 아래 파도 2014. 1. 29. 15:52

 

낼 모레가 설이네.

매년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들며 의미가 새삼 다르게 느껴지네.

 

우리가 도시에 온지 어언 34년...

긴 세월 만큼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고통의 날 되새기네.

가족 부양, 어떡하든 식솔들 생계 책임져야 했으니

어깨 짓누르는 삶의 돌덩이 지고서 팍팍한 서울 길 걷고 또 걸었지.

 

벗들이여!

부족한 나를 한결같이 아껴준 고마운 이여!

북풍한설 몰아치는 섣달 그믐날 그대 이름 부르네.

 

나도 이제 설 쇠면 쉰 여덟...

어느덧 望六하고 있는 중늙은이 되었네.

그래서 새날이 꼭 즐거운 것은 아니라네.

그러나 아침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우리 그날을 기쁨으로 맞이하세.

이제 공직에 머물 날도 1년 5개월 남짓 남았네.

그때까지 갈지, 아니면 그전에 그만 둘지 모르는 일이나

벗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우리 그동안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 남은 생도 보람있게 살아보세.

 

老馬識道라는 말이 있잖은가.

'늙은 말이 길을 안다!'

중국 고사 관포지교에 나오는 관중이 전쟁 나갔다 돌아오는데

풀이 우거져 길을 잃고 말았네.

 

그때 늙은 말 앞세우니 노마들이 길을 찾아 내더라는 것이야.

녀석들은 수 많은 전투 경험하며 오가던 길이라 수풀이 우거져도

금방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지.

 

우리 역시 경험을 토대로 젊은 세대의 길을 활짝 터 주세나.

물정 모르는 어린 말에겐 길 아는 늙은 말이 꼭 필요할걸세.

 

올 한 해 더욱 건강하고 기쁨 속에서 지내시길 간절히 바라네.

벗님들, 새해 복 많이 누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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