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주일절

달빛 아래 파도 2013. 12. 9. 10:26

 

 

 

며칠전 친구와 술 약속이 있었습니다.

난 술을 못하지만 남자들 세계에서는 술 못마셔도

일단 주막까진 가야하지요.

 

막걸리 한 주발 시키고 안주 고르는데

벽면 차림표에 이것 저것 적혀 있고 큰 글씨로

'안주일절' 이렇게 써 놓았더군요.

 

안주일절이라...

남감했습니다.

이것은 안주가 하나도 없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안주가 다양하게 준비된 술막에서 안주일절이라니...

 

이 집 주모가 소시적 국어 시간에 좀 졸았던 모양입니다.

이럴 땐 '안주일체'라 써야 옳지요.

안주일절의 한자 切은 '끊다'는 뜻과 '모두'라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이라는 한자는 '체'로도 발음됩니다.

 

한자로 쓰면 按酒一切 이렇게 되는데

이럴 경우 반드시 안주일체로 읽어야 합니다.

"우리 술막에 여러 안주가 많이 준비돼 있다."는 뜻이지요.

 

그날 저와 친구는 삶은 꼬막과 한치 한 접시로

막걸리 두 주전자 비웠습니다.

물론 친구가 다 먹고 나는 양은 잔에 받아 끝날 때까지

홀짝거렸지만...

 

어둑해진 길 따라 귀가하는데 서편 하늘에 초생달이 

시퍼렇군요. 바로 앞, 유난히 반짝이는 샛별도 초롱하고... 

신작로에 마구 뒹굴던 낙엽 이파리가 바람에 날려 옷자락에

철썩 붙네요.

취하지도 않은 사람이 낙엽 보더니 중얼거립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아주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무렵 낙엽 모습은 너무나 쓸쓸하다.
바람이 휘몰아 칠 때 낙엽은 정답게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마식도  (0) 2014.01.29
도고일척  (0) 2014.01.06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2013.11.27
추강에 밤이 드니...  (0) 2013.11.18
억새밭 추억~  (0) 201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