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기 전, 또는 응원하는 관중들이
선수들께 힘 내라는 뜻으로 외치는 말이 있죠.
화이팅!...
뿐만 아니라 친구나 직장 동료, 가족들도 기운 북돋아 보자는 의미로 화이팅이라 외치죠.
좋습니다. 좋고요~
국가 대표든 회사 대표든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힘 내라는 말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도 화이팅 할까요?
하지만 저는 화이팅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저는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 힘 내라고 격려하기 싫은걸까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여러 경기에서 나라 대표하여 젖먹던 힘까지 짜내는
우리 선수들에게 응원 한 마디 안 한 단 말입니까.
야박하기 이를데 없군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화이팅이라 하지 않는 대신
이겨라!
힘내라!
잘한다!
이렇게 응원합니다. 아주 열렬하게... ㅎ
화이팅은 영어의 파이팅Fighting을 일본식으로 부른 것이죠.
파이팅은 알다시피 싸운다는 뜻 아닙니까.
축구, 농구, 배구, 야구, 육상, 수영...
모든 운동 경기에서 최선을 다 해 경기에 임해야지 싸우면 안되겠죠.
물론 화이팅이라 외치며 응원하는 관중들 마음 모르는 건 아니죠.
선수들에게 힘 내서 잘 하라는 격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화이팅(서양 사람들은 화이팅이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합니다)이라 외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화이팅이란 말을 퍼뜨린 사람은 40여년 전 일본 여자배구 선수들이었다
합니다. 일본 여자실업배구단이 한국에 와 장충체육관인가 어디에서 경기 했는데 일본
선수들이 어깨동무하며 동그랗게 모여 기운 내자는 뜻으로 "하이또!"라고 외쳤다는군요.
'하이또'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 한 말 인데 무슨 뜻일까요?
당시 일본은 우리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곳에 올라가 있는 선진국이었습니다.
체육관에서 경기 취재하던 기자들이 '하이또'라는 신기한(?) 말을 신문에 실었고 텔레비젼으로
경기 지켜보던 국민들은 낮선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이또는 영어의 파이트Fight를 일본식으로 부른 것입니다. 일본어는 리을(ㄹ), 피읍(ㅍ) 발음이
썩 매끄럽지 않습니다. -물론 가타가나로 표기하고 있지만- 그래서 프랑스를 후랑스, 호텔을
호테루, 비닐을 비니루, 타일을 타이루, 셀러드를 사라다... 이런 식입니다. 알파벳 F는 우리 말
피읍 발음이 납니다. Fry Pan은 후라이팬이 아니라 프라이팬인 것이죠. 당연히
계란후라이가 아니라 달걀부침, 굳이 외래어를 쓴다면 계란프라이가 맞는 말이겠죠.
Family는 훼밀리가 아니라 패밀리, Fanta는 환타가 아니라 판타(미국에서는 팬터라 부른다죠)...
일본 사람들이 운동 경기에서 힘 내 잘 해보라는 뜻으로 하이또, 화이팅하는 것을
우리도 덩달아 그렇게하면 안되겠지요. 일본인이 하니까 무조건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영어권 국가, 그러니까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는 물론 영어로 의사 소통 가능한 서양인들은
파이팅! 이러면 고개 갸우뚱합니다. 싸우자는 뜻이니까요. 운동 경기하는데 왜 싸웁니까.
재밌게 운동하고 친선 도모하면 될 것을 싸우자 하면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선뜻 알아듣지
못하지요. 나중에 뜻 알고 한국문화 이해하지만 처음엔 적잖이 당황한다는군요.
그것도 오랜 역사 간직한 우리 고유 풍습이라면 몰라도 일본에서 들어 온 엉터리
영어(사실 영어도 아니죠)로 외국인들에게 그런 인상 심어 줄 필요 있겠습니까.
앞으로는 수능이나 취직시험 치러 가는 아들 딸에게, 또는 체육시간, 운동경기,
산악회 모임, 동창회 회식 때... 화이팅! 하지 말고 다른 말 쓰면 어떨까요.
이기자!
잘하자!
힘내라!
최고다!
얼씨구!
지화자! 등등
제가 몰라 그렇지 이것 말고도 좋은 말 많겠죠~
꽃 피고 새 우는 4월이 왔습니다.
전 이 찬란한 계절에 진달래 찾아 다니며 보냈는데
작년 비극 터지고 4월이 매우 잔인한 달이라는 것을
심장에 새겨 넣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 아니겠습니까.
채 피지 못하고 떠난 우리 아이들과 비명에 스러진 영령 앞에
삼가 옷깃 여밉니다. 고이 잠드소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Rivers of Babylon (0) | 2015.05.04 |
---|---|
모란이 피기까지는 (0) | 2015.04.29 |
신세계 (0) | 2015.03.30 |
애기봉 (0) | 2015.03.09 |
립스틱 짙게 바르고~ (0) | 2015.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