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애기봉

달빛 아래 파도 2015. 3. 9. 09:09




 

 

 

경기도 김포, 해병 2사단이 지키고 있는 서부전선에 우뚝 솟은 봉우리 있는데요.

이름이 애기봉입니다. '아기'라는 뜻이 아니라 '愛妓'라는 기생의 전설 서려

있다는군요. 아는 사람이 그곳 살아 가끔 가게 되는데 거기서 바라본 조강祖江

모습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조강이 어디냐고요?

 

한강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 검룡소 샘물이 모천인 남한강이

흐르고 흘러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만나 비로소 큰 강 이루는데,

그 물이 팔당 거쳐 송파, 잠실 적시고 노량진에 이른 다음 행주산성 도착하여

임진강 물과 몸을 합칩니다. 한강과 북녘에서 흘러 내린 임진강합수되어

강화도 염하(鹽河: 김포반도와 마주한 강화해협)로 빠져 나가는 지점을 조강이라

부르는 것이지요.

 

조강에서 왼쪽으로 살짝 고개 돌리면 강화 제석봉 보이는데요. 그 아래 악산고봉

뒤로한 채 북국 전설 몰고 온 예성강 맑은 물이 긴 여정 끝내고 조용히 어머니 

서해 품에 안깁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 하던가요. 

북한강, 남한강, 한강, 임진강, 조강, 예성강...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 이룬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 차별 않고 포용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예성강 물 넘실대는 강화 끝자락 외딴섬 말도. 거기는 국토를

두 동강 낸 비극의 군사분계선DMZ과  북방한계선NLL이 시작되는 지점이죠.

그곳에 석양 깃들어 붉은 눈물 뚝뚝 떨어질 때 내 마음도 그와 같았습니다.    

 

한강에는 유역이 넓은 기수역이 있는데요. 기수역汽水域이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을 일컫는 말입니다. 서해에서 올라 온 밀물의 힘이 강할 때는 잠실

수중보까지 영향 미치는데 기수역은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과거

열수(洌水:한강)에는 어장이 풍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학자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라는 글을 보면 지금의 마포, 양화진 부근인 난호蘭湖 유역 물고기에

대하여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강 기수역은 김포 하성면에서 행주산성까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하성면 전류리에

어촌계 있어 겨울철 숭어잡이 유명합니다. 이 처럼 조강에는 기수역이

발달하여 물고기 많은데 보리 팰 무렵 많이 잡혀 임금께 진상했다는 웅어와

바다가 고향이지만 강으로 올라가야 하는 장어, 그리고 숭어, 농어, 누치, 잉어, 황복,

꺽지, 풀망둑, 꺽정이 어족이 다양했던 모양입니다.

 

조선 선비들이 캐비어 먹었다면 믿겠습니까?

개체 수가 많진 않았지만 한강에 철갑상어 살고 있었으니 왕과 신하가 캐비어 먹지

않았을까요. 조선시대에는 진기한 물건 발견되면 관아에 신고하는 의무 있었고,

관청에서는 그것을 조정에 보내야 했습니다. 명태 역시 함경도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낮선 물고기 잡아 관에 알려 붙여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멸종되고 없지만 과거 한강에 철갑상어 살고 있었으며 문헌에 기록 남아 있으니

임금이 수라상에 올라 온 철갑상어 알 먹으며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애기봉에서 아래 내려다 보면 늙은 강 유유히 흐르는데 너무 조용하여 비장감 마져

듭니다. 오랜 세월 선박 출입이 금지된 포구는 쇠락하여 잡풀 가득하고 외로운 갈매기

하늘 높이 납니다. 여기는 북쪽과 가장 가까운 서부전선 민통선 지역으로 배가 다닐

없는 곳이죠. 강 하구엔 철책선 둘러쳐지고 무장한 군인들이 매서운 눈빛으로 저

노려 보고 있습니다. 분단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요. 전쟁 전에는 남쪽에 조강포,

마근포, 신리포 같은 강나루 있어 어부들이 고기 잡아 생계 꾸리고, 쪽배 이용하여 

수시로 북쪽 마을 왕래하며 살았다 합니다. 그러니까 형제가 윗동네 아랫동네 살림차려 

형은 강나루 저쪽 조강포, 동생은 이쪽 조강포 살며 장어와 숭어 잡이로 생활했던

것이지요. 만약 전쟁 터지지 않았다면 백발성성한 어부는 지금도 강가에서 주낙으로

어장하다 크고 맛있는 놈 잡히는 날엔 꼬챙이에 꿰어 늙은 형님 드리려 노저어 강 건넜  

으리라 생각합니다.   

  

1.8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강 건너에 황해도 개풍군 암실마을이 있는데요.

500원 짜리 동전 망원경에 넣고 조리개 잡아 당기면 논 둑 살피는 농부, 고샅에 나와 

수다떠는 아낙, 강아지와 장난치는 꼬마까지 강변 풍경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겨울에 갔을 때는 개구쟁이들이 꽁꽁 논 바닥에서 얼음지치며 썰매 타고 놀더군요.   

 

이곳에는 중무장한 남북한 병사들에 의하여 유지되는 살얼음 같은 평화와 숨막히는

긴장이 묘한 대조 이루고 있습니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에서 생긴 평온이

아니라 총과 대포와 불신에 의하여 조성된 침묵의 평화. 그러나 이런 고요라도 깨지지

말기를...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 끼지 않길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이곳 방문하면 평범한 사람도 통일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 될 것입니다. 

해방 70년, 분단 70년... 우리에게 다가 올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지금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민족이 하나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헤어진 형제자매 다시 만나 기뻐 춤추게 될 통일...

지금은 어렵겠지만 언젠가 풀어야 할 민족의 숙제 아니겠습니까.

 

정상 아래 있는 가게에서 백두산 들쭉술 한 병 사들고 산정고지 내려 왔습니다.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는 기억 생생합니다.

저쪽 향해 총구 겨눈 채 전방 주시하던 초병의 맑은 눈동자...

그는 우리 아들이고 조국의 자식이지요.

또래 젊은이로, 이쪽 향해 총구 겨누는 저쪽 병사 눈동자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차가 김포평야를 달립니다. 

우수, 경칩 지났으니 강가 버들개지 촉촉히 물 머금고 

얼마 후면 새싹 움트며 무성한 봄풀 들녘 가득 채워지겠지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법이니까요.~

 

금새 서울이 가까워졌군요.

구경 잘 했으니 내일은 출근 해야죠.

희망 가득한 3월 되시고 더욱 건강하길 빕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이팅 하지 마세요~  (0) 2015.04.06
신세계  (0) 2015.03.30
립스틱 짙게 바르고~  (0) 2015.02.23
한국어 능력 평가   (0) 2015.02.12
무심코 쓰는 일본 말  (0) 20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