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라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출생인데 부모가 에스파냐 사람이었죠.
신체 건강하고 활달했습니다. 배 타기 좋아하여
약관의 나이에 항해에 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건달기 다분한 이 젊은이에게 장점이 있다면 항해술과 통솔력이었지요.
그는 바다를 동경했고 우두머리 기질이 있어 언변과 힘으로 상대
제압하는 능력 있었습니다.
콜럼버스에게 이탈리아는 좁았습니다. 지중해에 갇혀 있는 베네치아, 나폴리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는 큰 바다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청년은 가슴 속에 원대한 꿈 간직하고 에스파냐로 갑니다.
에스파냐에 도착하여 명망가 찾아다니며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골목 서성이길 7년.
마침내 천재일우의 기회 찾아옵니다. 왕실에서 이웃나라 포르투갈에 뺏긴 대항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거든요. 콜럼버스는 이사벨라 여왕으로부터 항해 승락 얻음은
물론 자금을 지원 받습니다.
1492년 8월 3일, 에스파냐 파로스 항을 출발한 3척의 선단은 대서양을 향하여 힘찬
항해 시작합니다. 유럽인들이 유럽 밖으로 진군한 역사적 첫 걸음이었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정확히 100년 전, 당시 조선은 성종 죽고 연산군 등장하여
폐비 윤씨(연산군 엄마) 사건으로 의금부에서 주리 틀며 난리 칠 때 유럽에선
'파이어니어'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식민지 개척 하러 바닷길 나선 것이지요.
콜럼버스가 산타마리아호 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인도에 가는 것입니다.
둘째, 지판구('황금이 나는 땅'이라는 뜻으로 일본을 지칭함. 현재 일본의 영어 이름인 Japan이
여기서 유래)를 찾는 것이었어요.
많은 나라 가운데 하필 인도와 일본일까요?
사실 유럽인들이 동양을 알게 된 것은 전적으로 마르코 폴로 때문입니다. 베네치아 장사꾼
마르코 폴로가 동방(특히 중국)에 20년 가까이 머물며 온갖 경험하고 귀국하여 유럽 밖에
다른 세상 있다며 떠들고 다녔지요. 그런데 중국과 인도, 지판구에 금이 널려 있어 길거리
똥개도 금으로 만든 목줄 하고 다닌다고 허풍 떨어 베네치아 사람들이 처음엔 혹 했지만 이내
거짓말인 것 알고 열 있는대로 받아
"이 노무 구라쟁이 새끼 죽여 버린다!"며 감옥에 쳐 넣고 맙니다. 감옥에서 억울함을 호소
하던 마르코 폴로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동방견문록>이란 책을 쓰게 되는데
이 책을 읽은 유럽 사람들이 비로소 동방(오리엔탈)에 관심(지식) 갖게 된 것이지요.
콜럼버스는 두 달 가량 항해하여 1492년 10월 12일 바하마 제도의 한 섬에
도착하는데 그곳을 인도로 착각하고 산살바도르('성스러운 구제자')라 이름짓습니다.
산살바로르가 대륙이라 확신한 콜럼버스는 섬에 상륙하여 모래톱에 입 맞춘 다음
커다란 십자가 세우고 신께 기도 드립니다. 그런데 웃기는게 이탈리아 무뢰한이
상륙 첫날부터 원주민 향해 총질과 약탈 감행하여 주민들 죽이고 포로 몇 명 잡아
왔다는 것 아닙니까.
상륙이든 침략이든 남의 땅에 들어 왔으면 최소한 며칠 동안 만이라도 자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데 말이죠. 콜럼버스는 그후 세 차례 더 미주대륙에 오지만 죽을 때까지
그 섬을 인도로 철석같이 믿고 말죠. 그래서 미주대륙 원주민을 인도사람이라는 뜻으로
인디언, 인디오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온 것을 신대륙 발견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으며 거의 모든 책과 언론에서 발견이라 우기니까요.
그런데 '발견'은 대단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신세계' '신대륙'이라는 말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신대륙 발견'이라 함은 인간이 살고 있지 않은 전인미답의 처녀지. 그러니까 들짐승,
날짐승, 물고기만 살고 있는 무인지경의 땅과 섬을 부를 때 쓰는 말이지요. 하지만 미주
대륙에는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오래 전에 이미 사람이 살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9천 년에서
만 2천 년 동안 살고 있었단 말입니다. 살면서 문명까지 일으켰지요. 아즈텍, 잉카, 마야문명이
그것 아닙니까. 아즈텍제국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지금의 멕시코시티)은 당시 인구 30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습니다.
콜럼버스와 유럽 정복자들은 남의 땅에 무단 침입한 다음 총칼 앞세우고 닥치는 대로 죽이고
빼앗고 하여 오늘 날 아메리카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발견이라 함은 유럽 중심적 시각, 정복자
시각이고 수 천 년 동안 자기 땅에 살아 온 원주민 입장에서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지요.
그럼 뭐라 불러야 할까요?
점잖게 표현하면 상륙, 역사적 사실대로 말하면 침략입니다.
콜럼버스와 이사벨라 여왕, 기타 유럽인들은 애당초 항해 시작할 때부터 금은보화 말고
다른 생각 없었습니다. 뱃전에 물결 넘칠 정도로 금 가득 싣고 조국에 돌아오는 것이었지요.
엔리케 왕자,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이름은 달라도 꿈꾸는 이상은 오직 하나 금, 금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역사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고요.
여러분께서 기회 나는 대로 역사자료 살펴 보거나 관련 서적 읽어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다만 아즈텍제국 무너뜨린 코르테스와 잉카제국을 피로 물들게 한 피사로,
이 두 사람에 대하여 당신이 어떤 평가 내릴지 궁금하군요.
아무튼 죽여도 죽여도 그렇게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영국인들이 북미 원주민들 살륙한
기록도 엄청나지만 코르테스와 피사로를 비롯하여 잔인한 학살 일삼은 백인 정복자들...
지독했지요. 그 어디에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 없었습니다. 그들은 수백, 수천 명
죽이고서 저녁이면 집에 돌아와 예수께 기도드리며 성경 읽고 찬송가 부른 다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새면 어김없이 새로운 학살 시작했지요.
참혹한 시대, 야만의 역사였습니다.
아즈텍과 잉카가 무너진 이유에 대하여 사가들의 다양한 견해와 해석 있지만 백인
정복자의 약탈과 살륙 보며 역사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 될 것입니다.
#흐르는 음악은 드보르작의 <신세계 고향곡>입니다.
체코 출신 보헤미안 작곡가 드보르작은 <슬라브 무곡> <유모레스크>로
유명한데요. 그는 미국 곳곳 여행하며 '신대륙'에 푹 빠졌던 모양입니다.
유럽과 완전히 다른 미국의 웅장한 풍광에 매료되어 이 곡을 지었다는군요.
역사는 역사고 음악은 음악이니 새봄 맞아 고운 선율 들으시고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필 때 기별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