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잘 보내셨는지요.
올 한해 더욱 건강하시고 꿈꾸는 희망 모두 이루기 바랍니다.
저는 연휴 때 시내 나갔다 전통 혼례 구경했습니다.
물론 정식 혼례는 아니고 관광객을 위한 행사였는데
식은 진짜와 똑 같았습니다.
초례청 차려지고 신랑, 신부 입장한 다음
합환주合歡酒 마시는 것까지 원형 그대로 살렸는데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흥미롭게 구경하더군요.
대역으로 나온 신부가 참 고왔어요.
20대 초반 쯤 보이는 여성인데 갸름한 얼굴에 미안수美顔水로
씻은 듯한 뽀얀 피부, 빛나는 흑발, 초생달 같은 눈썹,
서늘한 눈매, 오뚝한 코, 방긋 벌어진 입술, 고르게 난 하얀 치열…
어느 한 군데 빠지지 않은 미인이었죠.
그 가운데서 가장 눈길 끄는 것이 입술이었습니다.
꽉 다물지도 않고 그렇다고 천박하게 벌어지지 않은…
꽃망울처럼 살짝 피워나 감추고 있던 흰 치열이 조금 드러나 보였는데
입술 칠한 붉고 강렬한 색감의 연지가 청순한 아가씨를
단번에 정염 불타는 여인으로 둔갑시키고 말았습니다.
여러 화장과 의복, 그리고 초례청에 차려진 장식이 자리
빛내고 있었지만 역시 초례청 주인공은 신부고 신부를 가장
여인답게 표현한 것이 입술이었지요.
제가 전체적인 것은 보지 않고 별나게 특정 부위 관찰한 것은 아니고요.
그날 신부를 압도한 미의 정점이 앵두처럼 붉고 예쁜 입술이었음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연지를 자연(홍화꽃이나 돌가루로 만든 염료)에서 얻었는데
개화기 외국에서 입술연지가 들어오면서 여인들 화장 문화에 큰 변화가 오고 맙니다.
그런데 입술연지를 지렁이(연지벌레)로 만든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100퍼센트 지렁이 원액은 아니지만 원료 상당 부분을 지렁이가 차지 한다네요.
영어로 립스틱Lipstick, 프랑스어로 루주rouge라 부르는 입술연지.
여자들은 하루에 24밀리그램, 일생동안 약 3킬로그램의 연지를 먹게 되는데
체내 흡수되어 건강에 나쁜 영향 끼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 입술에 칠해져 있는 연지의 반 정도를 남자들이 섭취 한다는군요.
남자들의 립스틱 섭취는 자기 아내 입술에 묻은 것 보다 대부분 다른 여자 입술에
칠해진 것을 훔쳐 먹은 것이라니 참 나쁜 사람들이죠?
혹시 그런 도둑 만나면 혼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