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남자, 남자들...

달빛 아래 파도 2013. 7. 30. 09:31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파리- 다카르간 우편기를 몰던 조종사

였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알제리를 포함하여 아프리카 여러나라를

지배하고 있었지요.  -<이방인>이란 소설로 유명한 알베르 카뮈도 알제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식민지 관리로 일하거나

대농장을 경영하는 지주였으므로 일반 편지에서 외교행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편물을 수송하는 전용기가 운항되고 있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비행술이 뛰어나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

하여 독일군과 공중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한 문학가로서 특출한

재능을 보였는데, 세계의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어린왕자>

비롯하여 앙드레 지드가 격찬한 <야간비행>과 <남방 우편> <인간의 대지>

<성채> 등 보석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역경과의 어려운 싸움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불굴의 의지를 성찰한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보여 주고있다 할 것입니다.

그가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쓰기 시작하여

1939년에 발표한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출간 되자마자 프랑스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이 수여 되었을 정도의

명저로 생텍쥐페리 문학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극한 상황에서 겪게되는

고난을 통해 사람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극명하게 묘사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 기요메(실존 인물로 생텍쥐페리의 비행 동료)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험한 남미

안데스 상공을 비행하다 폭풍우와 기체결함으로 추락하여 해발 4000 미터 지점,

눈 덮인 산악지대에 조난을 당하고 맙니다. 비행기 동체는 산산조각 나고 조종사

역시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부상이 심해 움직이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요.

뼈가 부러지고 크게 다친 그는 부상의 고통과 추위,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몽롱해지고 사지가 마비되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그를 깨우는 섬광 같은 생각, 그것은 보험증서 였습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생명

보험을 들어 놓았는데 당시 프랑스 보험법은 사망의 경우 시체를 찾아야 보험금을

지급했고 실종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습니다.

기요메는 어떻게 해서라도 마을 가까이 접근하여 원주민이 자신의 시체를

발견하게 하려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합니다. 히말라야 산맥이 높이는 세계

최고지만, 길이 7200 킬로미터에 달한 안데스 산맥의 험준한 지형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높고 가파른데, 악산 중의 악산이라는 아콩카구아(6960 미터)가 버티고

있어 1급 산악인들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곳이 안데스 산맥입니다.

그런 곳에서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고산지대를 빠져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요메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주검을 발견하고 프랑스에

있는 가족이 보험금으로 생계를 잇게 하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 소진하며 5일

동안 사투를 벌인 결과 기적적으로 주민에게 구조되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훗날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한 일은 맹세컨데 어떤 동물도 할 수 없었던 일일거야..."

 

제가 '문학소년' 시절 읽었던 글인데요. 기요메 조종사의 초인적인 투지와 가족에

대한 끝없는 사랑, 그리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려는 위대한 정신에 외경스러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일상의 안일에 젖어있던 저에게 깨우침을 주는 경종으로서 세상속으로

나아가 역경을 두려워 말라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처럼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죠. 그는 특별했고 운이

좋은 경우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살아 간다면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극복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 믿습

니다.

어머니 사랑과 은혜 끝이 없다지만, 묵묵히 견디는 아버지의 헌신이 때론

기요메처럼 절망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우편기 몰던 조종사는

단지 직업 정신으로 사지에서 탈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아버지'라는 자랑스런

이름표 가슴에 달고 모진 얼음산, 돌뿌리 헤치며 하산을 결행한 것이지요.

 

이 땅의 많은 가장들, 아니 세상의 모든 남자들...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며 가족 위해 불태우고 있습니다. 녹록치 않은 세계화의

격랑에 내맡겨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 지키려 입술 깨물며 버티어 내는

또 다른 '기요메'를 당신은 기억주기 바랍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의 영원한 친구 생텍쥐페리는 그의 나이 마흔 넷 되던 1944년 7월 31일, 지중해

상공에서 조종석에 앉아 어린왕자가 사는 푸른 별을 바라보다 의문의 실종을 당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긴 시간 많은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추락 지점을 수색했지만 끝내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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