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유보, 김자옥

달빛 아래 파도 2014. 11. 19. 13:59

 

 

지난 10월 8일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신 성유보 선생께서 향년 71세로 별세하셨습니다.

선생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며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다 해직되어 평생

이 땅의 참언론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신문사, 방송사에 중앙정보부 원이 상주하던 시대,

유신독재가 언론의 입 틀어막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던 엄혹한 시절이었습니다.

 

서슬퍼런 정권의 위협에 굴복하여 많은 지식인들이 변절하고 굴종하며 악의 편에 설 때

선생은 한사코 가시밭길 고집하며 양심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선생은 비록 갔으나 그가

꿈꿨던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 것입니다. 

한겨레신문 창간을 위해 무던히 애쓴 선생을 양평동 옛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몇 번

있는데 선생은 소탈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국민이 만든 한겨레신문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며 따끈한 유자차를 대접하곤 했습니다.

 

엊그제 한 시대 풍미했던 김자옥 누님이 세상 떴습니다.

평소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즐거움 주던 분이라 그토록 병증이 깊은 줄 미쳐 몰랐습니다.

보통 병마에 시달린다 해도 입, 퇴원과 수술 등 오랫 동안 병과 싸우고 하다 하다 안되면

그 때 떠나는 법인데 입원 사흘만에 황망히 가버려 놀란 가슴 가눌 길 없습니다.

 

자옥이 누님!

젊어서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모습으로, 나이 들어서는 완숙한 아름다움으로, 나중에는 푸근한

엄마로 많은 사람들께 기쁨 주셨지요. 저는 연속극 별로 안 보는 편이지만 자옥이 누님 나오면

TV 앞에 앉아 극에 매료되곤 했습니다. 누님은 제 기억에 따뜻한 분, 은은한 분이셨습니다. 

오월 햇살 눈부신 숲속에서 들려오는 종달새 같은 분이셨어요.

 

많이 서운합니다.

그리고 눈물겹습니다.

좀더 머물며 사랑 베풀어도 될 텐데 그리 급히 가시나이까.

세월이 흘러도 그리워지고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누님,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성유보 선생님, 김자옥 누님...

두 분 떠나 보내는 마음 아프고 애절합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저희가 해야 할 일 있는 까닭에 모든 상심을 슬픔으로 남기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여럿이 함께 가는 세상, 보다 나은 내일 위하여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훗날 제가 두 분 찾아 뵙게 될 때 부끄럽지 않도록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 다 하는

참된 삶 살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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