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낙화 -조지훈
달빛 아래 파도
2012. 4. 20. 22:43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제가 사는 아파트에 커다란 벚나무 수 십 그루 있는데요.
엇저녁 바람에 많이 떨어져 오늘 아침 꽃비 맞으며 집을 나섰
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잎 하도 맑아 차마 밟고
갈 수 없어 조심스레 발걸음 옮겼습니다. 퇴근길에 다시 살펴
보니 더러 상하기도 했지만 아직 하얀 순결 간직한 채 하늘
쳐다 보고 있었어요.
꽃 피는가 싶더니 이내 지는군요.
그러나 꽃잎 떨어진 자리에 어린 이파리 돋아 생명의 탄생 알리고
있습니다.
조지훈 선생이 '낙화'에서 "꽃 지는 아침은 울고 싶다" 했지만
새순 막 피어난 저녁은 희망으로 물들어 있더군요.
아! 봄이 이렇게 찾아들고 꽃은 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