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살붙이

달빛 아래 파도 2013. 6. 5. 16:18

 

 

 

나이가 마흔이 넘응께

이런 징헌 디도 정이 들어라우

열여덟살짜리 처녀가

남자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와

오매, 이십년이 넘었구만이라우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손님들이 모다 남 같지 않어서

안즉까장 여그를 못 떠나라우

썩은 몸뚱어리도 좋다고

탐허는 손님들이

인자는 참말로 살붙이 같어라우

 

1998년, <창작과 비평>에 실린 송기원의

'살붙이'라는 시입니다. 몸 파는 일은 인류 기원과 함께

나타나 역사가 가장 긴 직업으로 알려져 있죠.

대다수 국가에서 합법화 되어 세금 내고 나라

보호를 받는다는 군요. (2013년 현재 매춘이 불법인 나라는

한국과 스웨덴 뿐임. 사회주의 국가 빼고...)

 

홍등가에 죽치고 앉아 하릴없이 남정네 기다리는

여인들의 일이 결코 좋은 직업이라 할 수 없지만

오죽하면 그토록 '징하고 험한' 나날을 보내겠습니까.

 

원래 사랑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죠. 마음이 마음으로

옮겨가는 것이 사랑인데 돈으로 거래하는 나쁜 습관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여성들이 정숙하지 못해서 일까요,

아니면 사내들 심지가 굳세지 못해서 일까요.

 

위의 글은 문학 형식을 빌었으나 '썩은 몸뚱어리' 팔고 있는 

퇴기(退妓)의 아픈 몸부림에 다름없어 보입니다.

 

이제 늙고 병든 여인은 어찌될지... 살 길이 아득하군요.

나랏님도 구제 못하는 것이 가난 말고 또 있으며

인생살이가 참 녹록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희망의 끈 놓지 말고 다시 일어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맑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