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
맞았어요.
"그럼 두 번째는?"
"한라산"
틀렸네요.
당신은 어디라 생각하십니까?
설마 지리산은 아니겠지요.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이고 그 다음은 관모봉입니다.
2,540미터로 개마고원 부근에 있지요. 높이로 친다면 한라산은 59번째에
드는데 북한지역이 산악지형이라서 험준한 산이 많은가 봅니다.
그래도 품은 지리산이 가장 넓어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보듬어
왔지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 해발 8,848미터지요.
지구상에는 8천미터급 산이 14개 있는데 그것을 '자이언트봉'이라
부릅니다. 모두 히말라야 산맥에 솟아난 산으로 자세히 나누면
네팔 8개, 파키스탄 5개, 중국 1개. 이렇습니다.
신들의 놀이터라는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현지어)에 처음 오른
사람은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였습니다. 클린턴 부인
힐러리 말고요. 그러나 자이언트봉 14좌를 모두 오른 이탈리아
청년 라인홀트 메스너야 말로 위대한 산악인이랍니다.
그는 16년 동안 히말라야 거봉에 청춘을 바쳐 마침내 뜻을 이루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사나이는 폴란드가 낳은 '인간 기관차' 예지 쿠쿠츠카.
그러나 세상 인심이 일등 아니면 외면하지 않습니까.
쿠쿠츠카는 10년 만에 목표를 달성하지만 메스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
그만 하산길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메스너 보다 4주 늦게 오른 천추의
한을 남긴 채 하얀 설산에서 고독한 여정을 멈추고 말았지요. 쿠쿠츠카의
죽음은 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가슴을 울린 비극적인 사건이었죠.
우리나라의 히말라야 도전사 역시 피와 땀으로 점철된 고난의 장정이었어요.
1972년 김정섭 대장이 이끈 마나슬루 원정대는 15명의 목숨을 잃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는데 이는 히말라야 등반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인명 손실 속에서도 전진하는 발걸음
멈출 수 없었습니다.
2001년 박영석이 세계 여덟 번째로 14봉 완등에 성공했고, 같은 해 엄홍길이
아홉 번째, 2003년 한왕용, 2011년 김재수가 쾌거를 이루었으며 2013년 5월
김창호가 31번째로 거봉 등정에 성공하여 14봉을 정복한 산악인이 다섯명에
이르고 있지요. -2011년 박영석의 사고만 없었더라면 말입니다-
어찌됐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봉 정복자 배출 국가로 명실공히
산악강국 반열에 올라있는데 실로 자랑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자이언트봉에 경쟁적으로 오르는 등반 풍토가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숭배하는 가운데 도전하는 정신은 아름답지만 상업적
의도가 엿보이는 등반은 사람과 산, 모두를 피폐시키고 말 것입니다.
조선시대 시인이었던 양사언은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라
노래 했습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오르면 안되는 것이 어디 산 뿐일까요.
너도 나도 한결같이 높은 곳만 바라 보고 산다면 누가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 하겠나이까.
낮은 곳, 저지대에도 행복은 있습니다. 신은 낮고 천한 자리에도 임하니까요.
내려다 보는 안목과 지혜 체득하여 마음의 평온 얻기 바랍니다.